Seoul. Republic of Korea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자산가들은 ‘증여’를 선택한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를 단순한 부의 이전이 아닌, ‘조세 회피의 기회’로 보고 칼을 빼 들었다. 2025년 12월 4일, 국세청은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의 아파트 증여 신고 내용을 전수 검증하겠다고 발표했다.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서울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7,708건으로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미성년자 증여가 급증함에 따라 과세 당국은 ‘부의 대물림’ 과정에서 발생하는 편법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이번 조사는 단순한 신고 내역 확인을 넘어, 부모의 사업 자금 출처까지 파고드는 고강도 세무조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목차
타겟 1: 부담부증여의 허점, ‘가짜 빚’ 색출
가장 강력한 검증 대상은 ‘부담부증여’다. 부담부증여란 재산을 증여할 때, 그 재산에 담보된 채무(은행 대출, 전세 보증금 등)까지 증여받는 사람이 인수하는 조건으로 이루어지는 증여를 말한다.
전세 보증금이나 주택 담보 대출 같은 부채를 자녀에게 함께 넘겨 증여세 과세 표준을 낮추는 절세 방식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후 관리’를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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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상환 능력과 생활비 대납 여부 검증
핵심은 ‘누가 빚을 갚고 있는가’이다. 자녀(수증자)가 본인의 근로 소득으로 대출 이자와 원금을 상환한다고 소명하더라도 국세청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만약 자녀의 소득이 대출을 갚기에 빠듯하다면, 자녀가 쓰는 생활비 카드값, 해외여행 경비, 자녀 교육비 등의 출처를 역추적한다.
대출은 자녀 월급으로 갚는 척하면서, 생활비는 부모 카드로 쓰고 있다면 이는 명백한 ‘편법 증여’로 간주되어 증여세와 가산세 폭탄을 맞게 된다. 실제로 이번 조사 사례 중에는 부채를 본인이 갚는다고 주장했으나, 호화 사치 생활 자금의 출처를 대지 못한 사례가 적발되었다.

타겟 2: 자금의 원천, 증여자의 사업체 조사
이번 조사의 무서운 점은 조사 범위가 수증자(자녀)에 그치지 않고 증여자(부모)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자녀에게 아파트를 사줄 정도의 자산가라면, 그 자금을 어떻게 모았는지 까지 검증 대상에 오른다.
사업 소득 탈루 및 가공 경비 적발
부모가 개인 사업자나 법인 대표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국세청은 아파트 구입 및 증여 자금이 사업 소득을 누락하여 조성된 것인지 정밀 분석한다. 특히 실제 지출하지 않은 비용을 장부에 기록하는 ‘가공 경비’ 계상 수법이나, 법인 자금을 유용해 부동산을 취득했는지 여부를 따진다.
만약 증여 자금의 원천이 불법적인 탈세로 확인될 경우, 증여세 추징은 물론 관련 사업체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와 조세범 처벌법에 따른 고발 조치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아파트 한 채 넘겨주려다 사업의 존폐가 위협받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타겟 3: 꼬마빌딩만? 아파트도 ‘시가’ 과세 원칙
아파트 증여 시 가장 큰 쟁점은 평가액 산정이다. 매매 사례가액이 명확한 아파트와 달리, 거래가 드문 타입이나 저층 매물의 경우 공시가격으로 신고하려는 유혹이 크다.
저가 신고 및 감정평가 무력화 시도 차단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신고된 해당 지역 증여 건수 중 약 37%인 631건이 시가를 산정하지 않고 ‘공동주택공시가격’으로 신고되었다. 국세청은 이를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액으로 신고하여 세금을 탈루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국세청은 예산 범위를 활용해 직접 감정평가를 실시하고, 시가와의 차액에 대해 과세할 방침이다. 또한 소위 ‘감정평가 쇼핑’을 통해 시세보다 낮게 평가받은 감정가액을 제출하더라도, 상속증여세법상 인정되지 않는 부당한 평가액으로 판단되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재평가할 예정이다.
타겟 4: 세대 생략 및 부대비용 대납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바로 증여하는 ‘세대 생략 증여’와 세금을 부모가 대신 내주는 행위도 집중 점검 대상이다.
쪼개기 증여와 취득세 대납 추적
높은 세율 구간을 피하기 위해 재산을 쪼개서 여러 명에게 증여하거나, 손자녀에게 직접 증여하여 세대를 건너뛰는 경우 위장 증여 여부를 검증한다. 더불어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가 수억 원에 달하는 취득세와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를 어떻게 납부했는지도 확인한다. 자녀가 세금을 낼 돈이 없어 부모가 대신 납부해 주었다면, 그 대납액 역시 증여 재산에 포함되어 또다시 증여세가 과세된다. ‘세금 낼 돈까지 쥐여주는 것’은 친절이 아니라 탈세의 증거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투명한 소명이 자산을 지킨다
이번 국세청의 발표는 강남 4구와 마용성 지역의 아파트 증여를 ‘투기성 부의 이전’으로 규정하고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선전포고와 같다. 특히 ‘부담부증여’를 활용한 절세 전략은 이제 국세청의 현미경 검증을 피할 수 없는 ‘고위험 전략’이 되었다.
단순히 등기를 넘기는 것으로 증여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부채 상환의 주체, 생활비의 출처, 그리고 증여자 본인의 사업 소득 투명성까지 삼박자가 맞아야 세무조사의 칼날을 피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자녀의 소득 대비 지출 내역을 점검하고, 부채 상환 자금의 원천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준비해야 한다.


